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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800조원대 2027년 예산안 확정…AI·청년·안전에 집중

2026년 9월 1일 (화)

정부가 800조원을 넘는 2027년도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로 넘길 예정이다. 국가재정법은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인 9월 3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내도록 정하고 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부의 최고 심의기구로, 예산안은 이 절차를 거쳐야 정부안으로 확정된다. 이번 예산안은 정기국회가 문을 연 직후 국회에 도착해, 100일 회기의 최대 현안으로 곧바로 다뤄지게 된다.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800조원 안팎으로, 사상 처음 800조원대에 들어선다. 정부 예산이 700조원을 넘어선 지 약 1년 만이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씀씀이를 늘리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세출 증가율은 올해 본예산보다 높은 수준으로 잡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재정을 경기의 버팀목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규모가 조정될 수 있지만, 정부안이 논의의 기준선이 된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1만원권 지폐
Photo by James St. John · CC BY 2.0

예산은 다섯 개 분야에 집중된다. 정부와 여당은 인공지능과 3대 메가프로젝트, 미래 성장엔진 확충, 청년 단계별 지원, 이른바 'K자형' 양극화 대응, 국민 안전·안보 강화를 중점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는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인재 양성 등에 대규모 재정이 배정될 전망이다. 청년 지원은 취업과 주거, 자산 형성을 생애 단계별로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정부가 국가 역량을 모으기로 한 대규모 전략 산업 사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관련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확장재정을 뒷받침하는 것은 개선된 세입 여건이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법인세를 중심으로 국세 수입이 크게 늘어, 내년 국세 수입은 6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수출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이 세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정부는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지출을 확대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다만 세수가 반도체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경기가 꺾이면 세입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다.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고 있고,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의힘은 대규모 지출 확대를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감액 심사를 예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은 재정을 아낄 때가 아니라 투자할 때라며 정부안을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국은행 5천원권 지폐 뒷면
Photo by James St. John · CC BY 2.0

국회 심사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예산안은 상임위별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확정되는데, 여야가 총지출 규모와 세부 사업을 놓고 팽팽히 맞서면 심사가 지연될 수 있다.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지만, 최근 몇 년간 시한을 넘겨 연말에야 처리된 사례가 반복됐다. 예산 부수 법안과 세법 개정안 심사도 함께 진행돼, 연말 국회는 사실상 예산 정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예산안과 함께 추석을 앞둔 민생 대책도 내놨다. 명절 성수품 공급 확대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자금 지원, 취약계층 지원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800조원대 예산안은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온전히 편성한 살림살이로, 국회 심사 결과에 따라 내년 경제정책의 방향과 강도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