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2.75%로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인상으로, 지난해 5월 인하 이후 이어져 온 14개월간의 동결 국면을 끝내고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 쪽으로 튼 결정이다. 이번 인상안은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찬성한 만장일치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시장 일각에서는 추가 인하 가능성도 거론돼 왔던 터라, 이번 결정을 놓고 통화정책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상의 가장 큰 배경은 물가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를 기록해 두 달 연속 3%대를 나타냈으며, 이는 약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되자, 한은이 통화 긴축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한은 내부에서도 더 이상 관망만 할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계대출과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 관리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가 길게 이어지는 동안 누적된 부채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결정문에서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이번 한 차례의 인상으로 긴축이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결과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로 대출을 보유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며, 신규 대출을 계획하던 이들의 자금 계획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들의 경우 상환 부담이 즉각적으로 커질 수 있어, 금융권에서는 관련 상담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 조정 시점과 폭을 조율하는 한편,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를 위한 상담 창구 운영도 강화하고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경우 한은이 추가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급격한 긴축이 자칫 경기 회복세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어, 한은의 다음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 안정과 성장세 유지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산업 부문과,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계 부문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받는 만큼, 정책 대응에도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추가 조정 여부가 어떻게 결정될지가 향후 경제 흐름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물가와 가계부채, 대외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피며 한은이 다음 단계의 셈법을 어떻게 짤지에 이목이 쏠린다. 시장 참가자들은 다음 회의까지 나오는 물가·고용 지표를 주시하며 한은의 정책 신호를 미리 가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