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20.9조원 2027년 예산안 국회 제출…증가율 12.8% '역대 최고'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을 총지출 820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해 지난 3일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93조원 늘어난 것으로, 지출 증가율은 12.8%에 이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슈퍼예산'을 짰던 2009년의 증가율 10.6%를 웃도는 수치로, 정부 스스로 역대 최고 수준의 확장적 편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함께 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의 목표를 잠재성장률 반등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저성장 흐름을 끊기 위해 재정이 앞장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AI를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과 청년, 지방, 교육·인재 등 네 개 분야에 재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힐 경우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예비 성격의 재원도 상당 규모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야별로는 국방예산이 73조2777억원으로 편성돼, 정부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올해 국방예산 67조7040억원과 비교하면 8.2% 늘어난 것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와 AI·드론 전력 강화 등에 투자가 집중된다. 보건복지 분야 예산은 149조원 규모로 편성돼 생계급여 인상과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쓰인다. 재난 예방에도 4조원대 예산이 배정됐다.
총수입은 올해보다 30.4% 늘어난 880조8000억원으로 잡혔다. 특히 국세수입이 본예산 기준으로 49.8%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세제개편에 따른 세율 조정과 기업 실적 개선 등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거둬들일 돈이 쓸 돈보다 많다"는 점을 들어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는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8.3%로 올해 본예산상 51.6%보다 3.3%포인트 낮아져 50%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GDP 대비 -0.1%로 사실상 균형에 가깝게 예측됐다.
정부는 세입 여건이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100조원대 규모의 예비 재원을 따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수가 계획에 못 미칠 때 사업 축소 없이 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완충 장치를 둔다는 취지다. 이 재원은 청년 주거와 지역 성장, 미래 산업 등 정부가 중점 과제로 꼽은 분야에 우선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재정 지표 개선이 세수 전망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지적된다. 국세수입이 정부 예상만큼 늘지 않으면 지출 규모와 국가채무 관리 계획 모두 흔들릴 수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입 추계의 현실성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랏빚 자체는 106조원 안팎 늘어나는 것으로 잡혀 있어, 비율이 낮아지더라도 절대 규모 증가에 대한 우려는 이어질 전망이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이르는 만큼 지출 구조조정이 충분했는지를 두고도 평가가 엇갈린다.
예산안은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정기국회에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의결까지 진행되며, 헌법상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확장 편성의 방향성과 세입 전망을 둘러싸고 여야가 이견을 보일 수 있어, 심사 과정에서 사업별 증액과 감액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