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경상수지 497억달러 '역대 최대'…수출 첫 1000억달러 돌파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치였던 지난 5월(386억1000만달러)을 한 달 만에 다시 넘어서며 두 달 연속 월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상수지는 상품, 서비스, 소득 등 해외와의 거래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흑자 규모가 클수록 우리 경제의 대외 벌이가 견조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이번 흑자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두 달 연속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 새로 쓰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78억7000만달러)의 약 4배 수준이다. 한은이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제시했던 상반기 흑자 전망치 1515억달러보다도 약 395억달러 많은 결과다. 반기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초과 달성인 셈이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이번 흑자 확대를 사실상 이끈 것은 상품수지였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워낙 가팔랐던 만큼, 다른 항목의 등락과 무관하게 전체 경상수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흑자를 견인한 것은 단연 수출이었다. 6월 수출액은 1123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84.5% 급증했다. 월간 상품수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대비 197% 급등한 449억달러를 기록했고, 정보통신기기 수출도 166% 늘어난 79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두 품목이 이번 상품수지 흑자 확대를 사실상 주도한 모습이다.
기계류와 정밀기기, 승용차 등 다른 주력 품목의 수출도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됐다. 특정 품목에 쏠렸던 수출 훈풍이 점차 여러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반도체 편중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글로벌 반도체 수요 흐름에 따라 향후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두 품목이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후 발표되는 월별 무역 지표에서도 두 품목의 흐름이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수출 호조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수요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주와 출하가 동반 확대된 결과라는 것이다. 정보통신기기 수출 증가 역시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첨단 메모리 증설 계획을 밝혀온 것도 이런 수요 확대 기조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하반기 전망을 마냥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앞서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를 985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상반기 흑자가 전망을 크게 웃돈 만큼 하반기 전망치도 향후 수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동시에 국제유가와 환율 등 대외 변수에 따라 흑자 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불거질 경우 원자재 조달 비용이 뛰면서 수출 채산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앞으로 발표되는 무역·물가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 하반기 국제수지 흐름을 점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