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오만, 호르무즈 항로 좌표 합의…재개방 협상 속도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5일(현지시간)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 합의에 따르면 해협에 진입하는 선박은 우선 이란 수역을 거친 뒤 대부분 오만 수역을 통해 빠져나가는 경로를 이용하게 되며, 임시 합의 단계에서는 통항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두 나라가 선박 운항이 가능한 항로의 구체적 좌표에 뜻을 모았다고 확인했다.
이번 항로 합의는 지난 2월 말 촉발된 이란-미국 간 무력 충돌 이후 반년 가까이 이어진 긴장 국면에서 나온 실질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행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국제 유가가 요동쳐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며 5일이나 6일 중으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호르무즈 재개방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 목표로 꼽혀 왔으며, 유가 안정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 셈법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란 측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임박한 타결"이라는 표현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항로 좌표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 행사 방식과 향후 통항료 부과 여부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 구도는 해협을 통과해 걸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에 대한 사실상의 통제권을 테헤란 쪽에 상당 부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합의문 세부 조율에는 추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의 비핵화를 둘러싼 장기 협상과는 별개로,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선박이 안전하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이란과 오만 간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오만은 이번 협상에서 이란과 미국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맡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걸프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합의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도 이번 협상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았고, 이는 간밤 뉴욕 증시 반도체·기술주 강세와 맞물려 국내 증시에도 훈풍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협 통행 불확실성이 줄어들 경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입 물가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향후 관건은 항로 좌표 합의를 넘어 통제권과 통항료 등 남은 쟁점을 얼마나 신속하게 타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란과 오만, 미국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최종 합의까지는 추가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항로 좌표 합의 자체가 반년 가까이 이어진 교착 국면에서 나온 첫 실질적 돌파구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이후 협상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