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SK와 5000억달러 파트너십"…엔비디아, 한국에 AI 연구소 세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SK그룹과 5000억달러 규모의 사업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황 CEO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AI 서밋 계기에 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과 인공지능 전 분야에 걸쳐 전방위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가 한국의 AI 생태계 구축에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순방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대거 동행해 황 CEO와 잇따라 회동했다. 엔비디아는 SK그룹과의 파트너십 외에도 삼성전자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및 파운드리 협력을, 현대차그룹과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분야 협력 확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한 달여 만에 다시 황 CEO와 만나 새만금 AI 밸리를 비롯한 피지컬 AI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이번 협력 발표는 지난 22일부터 이재용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잇달아 황 CEO와 접촉하며 이어져 온 논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방한해 SK, 삼성, 현대차 등과 개별적으로 협력을 논의해 왔으나, 이번처럼 국가 정상급 만남에서 총괄적인 파트너십 규모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과의 파트너십은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이 핵심 축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차세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양사 협업이 더욱 긴밀해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AI 팩토리 구축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황 CEO는 이날 엔비디아가 한국에 AI 프론티어 연구소를 세우고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던 자사 핵심 연구진 일부를 한국으로 이주시키는 방안도 함께 언급했다. 엔비디아 연구진이 한국 기업 및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실현될 경우 국내 AI 반도체·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날 발표 이후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AI 반도체 고점론과 대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 조정을 받아왔는데, 이번 파트너십이 실제 투자와 수주로 이어질 경우 업황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가 최근 조정을 받아온 국내 반도체주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5000억달러라는 파트너십 규모가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얼마씩 배분되는지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향후 세부 계약과 투자 집행 일정이 뒤따라야 실질적인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한국을 미국 중심 AI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대규모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