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6 세제개편안 확정…고가·다주택자 종부세 강화
정부가 3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6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성장잠재력 회복 지원, 민생·지역 지원, 공평과세 실현, 세제 합리화라는 네 가지 방향 아래 마련됐으며,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성장을 뒷받침하는 감세와 자산 과세 형평성 강화를 함께 담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이다. 정부는 그동안 주택 보유 수를 기준으로 세율을 달리 적용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보유한 주택의 총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기본 공제 기준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돼 세 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반면, 시가 32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이나 비거주 주택,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시가 30억원대 주택 다수는 이번 증세 대상에서 제외돼, 초고가·다주택 보유자에 과세가 집중되는 구조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정부는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는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종부세 정상화로 인한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27년부터 2028년까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낮춰주는 이른바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급격한 매물 잠김이나 시장 왜곡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풀이되며, 보유세는 강화하되 처분 과정에서의 세 부담은 일시적으로 낮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세제개편안에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담겼다.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에서 국내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최장 10년간 세액을 공제해주는 이른바 '한국판 IRA' 성격의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미국 등 주요국이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대규모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흐름에 대응해, 국내 투자를 유인하고 해외 이전을 막으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근로장려금과 청년·지역 지원 세제도 확대된다. 정부는 저소득 근로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장려금 지급 규모를 늘리고, 청년층과 지방 이전 기업 등에 대한 세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성장을 뒷받침하면서도 취약계층과 지역경제를 함께 챙기겠다는 취지로, 감세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따른 세수 효과를 2031년까지 누적 약 3조4000억원 증가로 추산했다. 감세와 증세 조치가 함께 담긴 만큼 순효과는 크지 않지만, 성장 지원을 위한 감세와 자산 과세 강화를 동시에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세부 조항이 많은 만큼 정기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 개편안은 정기국회 심의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종부세 과세 기준 전환은 2028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시행 시점까지 시장 상황에 따라 정치권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업계와 세무 전문가들은 실제 시행령이 확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구체적인 세 부담 변화를 가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